『업무 시각화』 리뷰
5월 31일 기준으로, 지금 소속된 회사에 일을 하게 된 지 곧 4개월이 되어갑니다.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개발과 관련된 일은 내가 온전히 다 책임지는 상황이다보니 프로젝트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걸 피부로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어요.
이 글에서 리뷰할 『업무 시각화』라는 책 자체는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영업글을 발견한 2021년 2월 쯤부터 시작해서 자기전에 읽는 것을 반복하다가 중간에 읽다 말긴 했었는데요. 현재 소속된 회사 프로젝트의 일정을 직접적으로 관리를 해야하는 입장 상 읽는 것을 미룰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2022년 3월 쯤에 들어서서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I. 이 책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이 책은 크게 보자면, 5가지 업무 흐름 시스템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요.
- 업무 시각화
- 진행 중 업무 제한
- 업무 흐름 측정 및 관리
- 효과적인 우선순위 선정
- 피드백과 측정 항목을 통해 배운 것을 기반으로 조정
볼드 처리한 부분 위주로 소개해볼게요.
업무 시각화
이 책에서는 업무를 시각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칸반 보드
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칸반 보드
를 사용하는 방법 자체는 간단하지만, 이를 이용해서 업무의 진행을 가로막는 ‘시간 도둑’들을 드러내고, 최종적으로는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시각화하면서 어떤 업무를 놓치고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과중한 업무가 부과되어 있는지, 어떤 업무가 서로 얽혀있는지를 조직의 구성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곧, 부서간의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해주고 의사소통 비용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업무를 시각화하는게 왜 좋은지 충분한 근거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 중 업무 제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기도 하겠지만, 한 번에 여러 개를 동시에 하려고 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왔다갔다 하다보면 다른 업무를 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른 업무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한정된 시간 자원이라는 맥락 안에서 보면, 이것도 역시 불필요한 비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정된 시간 자원 내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비중을 차지하면, 제 시간에 해내야 하는 업무를 제 시간에 끝낼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는 컨텍스트 스위칭(문맥 전환)
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컨텍스트 스위칭
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비유하고 있는데요.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너무 많은 진행 중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 진행 중 업무 갯수에 최대 할당량을 두자.
- 잦은
컨텍스트 스위칭
을 줄이고자 한다면,Pomodoro
기법을 사용해보자. - 일정이 꽉 차있다면, 추가 업무 요청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자.
효과적인 우선순위 선정
개발팀의 우선순위와 운영팀의 우선순위와 경영진의 우선순위는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개발팀이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순위는 어떻게든 충돌하기 때문이죠.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모든 우선순위가 1순위가 되는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너무 많은 진행 중 업무를 가지게 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A3 씽킹
, 지연비용률
, HiPPO
, 약속선
등의 용어를 언급하면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선정할지 소개하는 한편,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역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II. 개인적인 경험
프로젝트 일정이 산으로 가는 까닭은…
감각으로 어림잡아서 프로젝트 일정을 보고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어림잡았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던 경우가 많았구요.
이를테면, A라는 태스크가 ‘7일이면 다 끝날 수 있겠지’하고 어렴풋하게 추정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오거나 엄청나게 치명적인 버그를 발견해서 급하게 버그픽스를 하느라 시간이 다 가기도 했습니다. 혹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문제를 마주했거나, 기술부채를 뒤늦게 갚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책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의존성’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약속했던 일정보다 과업이 늦게 끝났다면 왜 늦었는지에 대한 알리바이를 증명하면 됩니다. 하지만, 일정을 약속해놓고 빈번하게 약속한 일정보다 늦는 일이 상습적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 개발자가 되고자 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예정된 일정에 늦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거나 불확실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좀 더 정확하게 일정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마땅한 해결방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의도적으로 꾸준히 시간대별로 무슨 일을 했는지 일일보고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회고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요. Pomodoro
앱을 사용하면서 어떤 종류의 과업을 하는데 얼마 만큼의 시간을 들였는지 정량적인 기록도 남기고 있어요. 꾸준히 기록을 남겨 측정 데이터를 쌓으면서, 비슷한 업무를 받았을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인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를 좀 더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고, 불확실한 변수가 껴있는 일이라면 어떻게 하면 덜 헤맬 수 있을지 방안을 찾아보고는 있어요.
내 생산성이 바닥을 기었던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개인적으로는 스터디/사이드 프로젝트/커뮤니티 등등 벌려놓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본업 이외에도 벌려놓은 일들에 파묻혀서 정신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하나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었고, 거기다가 주의력 결핍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RescueTime https://t.co/VjcoUTXSOU pic.twitter.com/nFd2fRuYBi
— Lee Jae-yeol (@kodingwarrior) May 30, 2022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내가 과연 어디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었는지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RescueTime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SNS에 시간을 불필요하게 써왔던 감이 없지 않았고, 정작 내가 필요한 곳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점이 있다면, 생산적인 활동에 일주일에 몇시간까지는 써야겠다라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측정과 피드백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겠죠.
Toggl로 타이머 돌리면 내가 어디에 시간썼는지 차트 뽑아볼 수 있는데,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음 pic.twitter.com/cISpXPbHU6
— Lee Jae-yeol (@kodingwarrior) May 29, 2022
당연히, 생산성은 절대적인 시간의 투입량에 비례하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 많은 진행 중 업무도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진행 중 업무를 줄여야 합니다.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한정되어 있고, 이를 어떻게 분배할 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자기계발은 해야겠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때문에 사이드프로젝트는 해야겠고, 본업에는 충실해야겠고, …’ 그래도 어느 쪽이든 진척은 어떻게든 나가야 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카테고리 별로 시간할당제를 두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개인 공부에는 주당 8시간 ~ 14시간, 사이드 프로젝트에는 주당 10시간 ~ 20시간 정도로 두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해둔 시간할당제를 어떻게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내놓은 답은 Pomodoro
타이머였습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상관없긴 하지만, 진행 중 업무에 시간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지 의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Best Practice라도 Case by Case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자면,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도입하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웠어요.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려면 최고의 툴셋을 써야한다고 봐왔던, 어떻게 보면 빌런에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겁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모범 사례를 무작정 도입하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와닿았던 구절이기도 했어서, 페이지의 일부를 카메라로 찍어서 트윗으로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베스트프랙티스는 전후관계를 알고 있을때만 😂😂😂 pic.twitter.com/LGUTArwmkG
— Lee Jae-yeol (@kodingwarrior) April 11, 2022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도입하려면 How(어떻게)를 고민하기 전에 Why(왜)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시스템은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미루어 보았을때도 어디서나 통하는 모범 사례라는 건 절대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흔히들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은탄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고 어떻게라도 시스템을 잡는게 목적이라면 참고자료로 활용하기에는 모범 사례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다만, ‘상황에 맞게 도입할 만 한가?’ 같은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III. 결론
⚠️ 주의할 것
이 책은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있거나, CS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렇게 하는게 베스트였나 싶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이 컨텍스트 스위칭
이라던가 대기열 이론
같은 SW 개발자나 이해할 법한 비유가 종종 들어가기 때문에 SW 개발 경험이 있는게 아닌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관리’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신선한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맥락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적당히 읽어넘긴다면 개발 직군과 무관한 경험을 가졌더라도 약간의 인사이트는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강력히 추천
이 책은 아래 중 하나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 나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 나는 어떤 프로젝트의 일정을 관리하는 책임자다.
- 나 자신의 퍼포먼스(혹은 생산성)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싶다.
즉,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하는 책이라도 봐도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거론하면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저에게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매니징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쓰여진 책이긴 하지만, 스스로를 매니징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더할 나위없이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꼭 보세요. 두번 보세요.
이 책을 리뷰하면서, 생산성 도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었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읊었는데요. 추후에 생산성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들을 추천하는 아티클 시리즈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