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개선을 위한 여정

2023년

2023년 11월

어지간한 건 Neovim으로 해결하리라는 특이한 고집이 있었지만, 하지만 Getting Things Done 라는 책을 접하면서 굳이 Neovim만 쓰지 않아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적으로 XX을 해야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도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범이다. Neovim만 쓰고 있었다면.. 길을 이동하는 중에도, 공간 상의 제약으로 랩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머리를 비우고 책을 읽는 상황에서도, 나중에 Neovim에다가 적어놔야지~ 미루는 생각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 자체가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의식적으로 달고 다녀야 하는 생각들을 즉각적으로 바로 쳐내고,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머리에 담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모바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사람은 언제나 데스크탑/랩탑 키보드를 붙잡고 있을 순 없다. Neovim 자체도 훌륭한 도구인 것이 분명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까지 쓰려고 하기에는 사용성의 한계는 명확하다. 사용하는 도구를 최소화하되, 데스크탑 혹은 랩톱을 사용하는 모드/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게 불가피한 모드 각각의 모드에 맞게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도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Todoist

Todo 앱으로서 기능이 많은 것은 딱히 바라지는 않았고, Neovim을 많이 사용하는 입장 상 마우스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Todo 앱을 많이 알아보긴 했었다. 근데, Todoist가 압도적으로 내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할 수준으로 매력적인 기능이 많았다.

첫번째로는, shortcut 기능 지원인데 그걸 각각의 UI 요소마다 키보드로는 어떤 키를 누르면 쓸 수 있는 기능이라고 리마인드를 해준다. shortcut 기능 자체로도 이미 머슬메모리로 커버하면 충분히 슈퍼파워를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기능인데, 머슬메모리로 체득하는 시간 자체도 아껴주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서 감동적이다.

두번째로는, 자연어를 인식하는 커스텀 쿼리 기능인데, 언제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를 자연어로 적어놓기만 하면 그걸 인식해서 마감기한/우선순위/카테고리가 자동으로 세팅이 된다. 예를 들면, #커뮤니티 다음달 Vim 행사 준비 @vim p1라고 타이핑하면, Vim 행사 준비 라는 제목의 task가 파일링되고, #커뮤니티라는 task group에 할당이 되고, vim이라는 라벨이 달리고, 우선순위상 1순위라고 라벨링이 된다. 어지간한건 키보드로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한테는 제법 매력적인 기능이다.

MS OneNote

Neovim을 기록 관리 및 블로그 출판 목적의 도구로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지만,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Draft를 관리하는 경우엔 특히 치명적이다. 키보드를 붙잡을때에만 Draft를 관리할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 기록 관리/블로그 출판 이외에도 발표자료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도 해야하는데 이동하는 중에도 next action에 대한 간단한 아이디어를 키워드로만 정리해야 하는데 데스크톱/랩톱을 붙잡아야 한다는 의존성이 있으면 불필요하게 의식이라는 자원을 차지할 뿐이다.

학생일 때는 PDF 슬라이드 위에다가 필기할 수 있었고 공간을 무한정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독보적인 장점 때문에 줄곧 써왔으나 사회인이 되면서 사용할 일은 없게 되었다. OneNote도 역시 GTD 방법론을 알게 되면서부터 접근하는 관점이 달라졌다. 생각을 자유로운 형태로 저장할 수 있는 외장하드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다.

Todoist로 Task를 관리할 수 있는데, 왜 굳이 OneNote까지 쓰는 것인가? Todoist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는 마인드맵 같은 시각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하나의 이슈/작업에 대해서 산발적으로 드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배치하여 저장할 수 있는 매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Getting Things Done 이라는 책에서 마인드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인드맵은 어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해내기 위한 도구로서는 훌륭하다. 특히, distributed cognition 라는 관점에서의 마인드맵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는데, 머릿 속에서 계속 생각만 하면서 고민하기 보다 외부 매체를 이용해서 의식에 남아있는 것의 시각화된 버전을 다른 공간으로 옮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기록관리는 역시 Neovim이 월등히 뛰어나다. OneNote는 다른건 몰라도 어떤 기기/환경에서든 접근할 수 있고 시각적으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기록관리 도구이기 때문에 Draft를 관리하기엔 적합한 도구이다. 워크플로우의 각 과정을 최적화하기에 적절한 도구가 다른 것일 뿐이다.

어떤 결과물을 내는 과정에서는 Neovim을 쓰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Todoist로 간단하게 로드맵을 그리고, 각각의 Task에 대한 세부사항이나 그때그때 드는 draft에 가까운 생각들을 OneNote에 On Demand로 정리하고, 충분히 잘 다듬어서 Neovim으로 취합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것이다.